《유식삼십송》 제15송
依止根本識 五識隨緣現 (의지근본식 오식수연현)
或俱或不俱 如濤波依水 (혹구혹불구 여도파의수)
[해설]
전5식은 근본식(아뢰야식)에 의지하여 조건(緣)에 따라 나타나나니,
혹은 함께(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혹은 함께 일어나지 않기도 함이,
마치 큰 파도가 물(바다)에 의지해 일어나는 것과 같으니라.
🌊 마음이라는 바다, 감각이라는 파도
게송 속에 담긴 의미를 하나씩 짚어보면, 우리 감각의 작동 원리가 직관적으로 이해됩니다.
1. 의지근본식(依止根本識) | 바탕이 되는 '근본식(아뢰야식)'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는 제8식인 아뢰야식(근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5가지 감각(전5식)은 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늘 이 근본식이라는 거대한 바탕 위에 의지해서 일어납니다.
2. 오식수연현(五識隨緣現) | 조건(緣)이 갖춰져야 일어나는 5식
감각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눈이 무언가를 보려면 빛, 시신경, 대상, 마음의 주의 집중 등 여러 간접·직접적 조건(緣)이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작동합니다.
3. 혹구혹불구(或俱或不俱) | 때로는 동시에, 때로는 따로
조건에 따라 5가지 감각은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고(俱), 따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不俱).
-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눈(안식)과 귀(이식), 몸의 감각(신식)이 동시에 아주 활발히 작동합니다.
- 하지만 깊은 명상에 들거나 한 곳에 극도로 몰입할 때는 귀나 피부의 감각이 닫히고 단 하나의 감각만 작용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기도 합니다.
4. 여도파의수(如濤波依水) | 바다와 파도의 비유
바람(조건)이 세게 불면 바다 표면에 거센 파도가 일어나고, 바람이 자면 파도가 고요해집니다. 하지만 파도가 치든 치지 않든 바다라는 근본 물줄기는 늘 그 자리에 있죠.
- 바다(水) ➡️ 근본식 (아뢰야식)
- 바람(緣) ➡️ 감각이 일어나는 제반 조건
- 파도(濤波) ➡️ 5가지 감각 작용 (전5식)
💡 일상에서 적용하는 마음의 지혜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시각적·청각적 자극과 그로 인한 감정의 흔들림은, 실은 '마음이라는 바다 표면에 잠시 일어났다 사라지는 파도'와 같습니다.
- 거센 파도가 친다고 해서 바다 전체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 외부 환경(緣)에 따라 감각과 생각이 어지럽게 일렁일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아, 지금 내 마음 바다에 파도가 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 보세요.
감각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깊은 바다의 고요함(근본식)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상의 자극으로부터 자유로운 평정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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