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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법을 가설함으로 인하여
(자아와 법의) 갖가지 모습들이 생겨난다.
그것은 식이 전변된 것에 의지하는도다.
이 능변식은 오직 세 종류이다.
由假說我法 有種種相轉
彼依識所變 此能變唯三
[마음 공부] "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은 진짜일까?" : 유식학으로 푸는 마음의 비밀
살아가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이 세상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진짜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매일 눈앞의 현실에 부딪히며 기뻐하고, 슬퍼하고, 때로는 깊은 불안과 고통을 느낍니다. 불교의 깊은 심리학이자 철학인 유식학(唯識學)은 이에 대해 아주 놀랍고도 명쾌한 답을 내려줍니다.
유식학의 핵심 교과서인 세친 보살의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 제1송을 통해, 우리 마음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 비밀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우리가 만든 가짜 세상: 자아(我)와 법(法)
由假說我法 有種種相轉 (유가설아법 유종종상전) "자아와 법을 가설함으로 인하여, 갖가지 모습들이 생겨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하게 믿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 몸과 마음의 주인인 고정불변한 '나(자아, 我)'가 있다는 믿음이고, 둘째는 내 마음 바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세상과 대상(법, 法)'이 있다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유식학에서는 이를 '가설(假說)', 즉 실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임시로 붙여놓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건 내 거야",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이 상황은 정말 최악이야"라며 분별하고 집착하는 순간, 주관(나)과 객관(세상)의 수많은 경계가 만들어지고 굴러가기(相轉) 시작합니다. 이 분별이야말로 우리가 겪는 모든 갈등과 괴로움의 씨앗이 됩니다.
2. 모든 것은 내 마음의 그림자일 뿐
彼依識所變 此能變唯三 (피의식소변 차능변유삼) "그것은 식이 전변된 것에 의지하는도다. 이 능변식은 오직 세 종류이다."
그렇다면 진짜 실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유식학은 "오직 우리의 마음(識, 식)이 변화를 일으켜 나타낸 그림자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의식소변(依識所變)'이라 부릅니다.
마치 극장의 영사기가 하얀 스크린 위에 빛을 쏘아 화려한 영화를 만들어내듯, 우리 마음이 스크린 위에 '나'라는 주인공과 '세상'이라는 배경을 스크린 위에 투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마음의 주체(능변식)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 첫 번째, 아뢰야식(제8식):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무의식입니다. 과거부터 쌓아온 모든 경험과 행동의 씨앗(종자)들이 저장되어 있는 거대한 창고와 같습니다.
- 두 번째, 말나식(제7식): 끊임없이 아뢰야식을 바라보며 "이게 바로 나야!" 하고 고집하는 자아집착의 무의식입니다. 이기심과 고집이 이곳에서 싹틉니다.
- 세 번째, 전6식(시각·청각 등과 의식): 눈, 코, 귀, 입,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며 바깥 세상을 구별하고 알아차리는 일상적인 마음의 작용입니다.
3. 마음의 렌즈를 닦아내면 열리는 평온
우리가 매일 겪는 불안, 미움, 소유욕은 결국 외부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세 가지 마음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낸 가상의 스크린에 스스로 속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 것(萬法唯識)"이라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는 순간,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를 힘들게 하던 대상도, 스스로를 옥죄던 자아에 대한 집착도 사실은 실체가 없는 마음의 그림자임을 알아차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불어도 허공은 상처받지 않듯, 우리 마음의 본질을 깨달으면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하고 평온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이라는 영사기가 어떤 영화를 틀어놓고 나를 울고 웃게 만드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