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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부무기성이니,
촉 등도 역시 그러하다.
항상 폭류의 흐름처럼 유전(流轉)한다.
아라한위에서 버리네.
是無覆無記 觸等亦如是
恒轉如暴流 阿羅漢位捨
이상과 같이 초능변식을 설명하였다. 다음 제2능변식의 양상은 어떠한가? 게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식학 산책] 내 안의 감춰진 마음의 비밀, 제8식 아뢰야식과 제7식 말나식
안녕하세요! 오늘은 불교 유식학(唯識學)에서 말하는 우리 마음의 깊은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생각하는 것만이 내 마음의 전부라고 믿곤 합니다. 하지만 유식학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은 무의식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하죠.
오늘은 마음을 변화시키는 근본 주체인 제1능변식(제8 아뢰야식)의 특징과, 그 뒤를 잇는 제2능변식(제7 말나식)의 연결 고리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우리 존재의 거대한 저장소, 제8 아뢰야식
유식삼십송에서는 제8 아뢰야식의 성질을 몇 가지 중요한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 무부무기성(無覆無記性): 깨끗하고 투명한 거울 아뢰야식의 본질은 선(善)도 아니고 악(惡)도 아닌 '무기(無記)'입니다. 특히 성스러운 도를 덮어 가리거나 방해하지 않기에 '무부(無覆)'라고 부릅니다. 선악의 씨앗을 그대로 저장할 뿐, 그 자체로는 아무런 편견이 없는 맑은 거울과 같습니다.
- 심소예동문(心所例同門): 함께 움직이는 마음의 작용 아뢰야식이 움직일 때는 촉(觸), 작의(作意), 수(受), 상(想), 사(思)라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마음 작용(심소)이 늘 함께 예동(例同)하여 일어납니다.
- 인과비유문(因果譬喩門): 끊임없이 흐르는 거대한 폭류(暴流) 우리의 아뢰야식은 멈춰있는 고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마치 거대한 폭포수(폭류)처럼 앞의 물이 지나가면 뒤의 물이 곧바로 이어지듯, 찰나찰나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며 이어집니다(단·상이 아님). 이 흐름이 바로 우리의 삶과 업(業)을 지속시키는 힘입니다.
- 복단위차문(伏斷位次門): 아라한위에서 버려지다 이토록 끈질긴 아뢰야식과 이숙식이라는 명칭과 집착은, 온갖 번뇌를 끊어낸 성자의 경지인 '아라한위(阿羅漢位)'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온전히 내려놓게 됩니다.
2. 그렇다면 '나'라는 집착은 어디서 올까? 제2능변식의 등장
아뢰야식이 투명한 폭포수 같다면, 그 흐름을 바라보며 "이게 바로 나야!"라고 끊임없이 고집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제2능변식, 즉 '제7 말나식(末那識)'입니다.
“차제이능변 시식명말나 의피전연피 사량위성상”
유식학에서는 제8식을 초능변식이라 하고, 이어서 나타나는 제7 말나식을 제2능변식이라고 합니다. 말나식은 제8 아뢰야식에 의지하여(의피) 존재하면서, 동시에 그 아뢰야식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인연 맺으며(연피), 밤낮으로 끊임없이 '나'라고 깊이 생각하고 헤아리는(사량) 특징을 가집니다.
우리가 은연중에 느끼는 이기심, '내 것'에 대한 집착, 타인과 나를 분리하는 마음은 모두 이 제7 말나식이 제8 아뢰야식을 오인하여 붙잡고 있는 데서 시작됩니다.
마치며
결국 우리 마음의 밑바닥(제8식)은 거대한 강물처럼 찰나마다 새롭게 흐르고 있을 뿐인데, 그 중간에서 말나식(제7식)이 이를 움켜쥐고 "내 고정된 자아"라며 집착하고 있는 셈입니다.
내 마음의 성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유식학이 제안하는 마음 공부의 첫걸음이자 집착에서 벗어나는 열쇠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제7 말나식이 품고 있는 네 가지 번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래는 유식 30송에 4글에 대한 해설입니다.
제1능변식(제8 아뢰야식)의 설명에 이어지는 제2능변식(제7 말나식, 末那識)에 대한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의 다음 게송(제5송~제7송)과 그 해설입니다.
## 제능변식 게송
次第二能變 是識名末那 (차제이능변 시식명말나) 依彼轉緣彼 思量爲性相 (의피전연피 사량위성상)
四煩惱常俱 謂我痴我見 (사번뇌상구 위아치아견) 并我慢我愛 及餘觸等俱 (병아만아애 급여촉등구)
有覆無記攝 隨所生所依 (유부무기섭 수소생소의) 阿羅漢滅定 出世道無有 (아라한멸정 출세도무유)
## 게송 해설
- 차제이능변 시식명말나 (次第二能變 是識名末那)
- 해석: 다음에 제2능변식이 있으니, 이 식의 이름은 '말나(Manas)'이다.
- 의미: 제8식에 이어 마음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 주체인 제7식을 밝힙니다.
- 의피전연피 사량위성상 (依彼轉緣彼 思量爲性相)
- 해석: 저것(제8식)에 의지하여 구르고 저것을 인연(대상)으로 삼으며, 사량(思量)하는 것을 성질과 모습으로 삼는다.
- 의미: 말나식은 제8 아뢰야식을 근거지(소의)로 삼고 동시에 제8식을 대상으로 삼아, 끊임없이 '나'라고 깊이 생각하고 헤아리는(사량) 특징을 가집니다.
- 사번뇌상구 위아치아견 병아만아애 (四煩惱常俱 謂我痴我見 并아만아애)
- 해석: 네 가지 번뇌와 항상 함께하니, 이른바 아치(我痴)와 아견(我見), 그리고 아만(我慢)과 아애(我愛)이다.
- 의미: 자기중심적인 집착을 일으키는 근본 번뇌인 네 가지(어리석음, 그릇된 견해, 거만함, 애착)가 늘 따라다닙니다.
- 급여촉등구 유부무기섭 (及餘觸等俱 有覆無記攝)
- 해석: 그리고 나머지 촉(觸) 등과도 함께하며, 유부무기성(有覆無記性)에 포섭된다.
- 의미: 제8식과 마찬가지로 촉, 작의, 수, 상, 사의 5변행심소와도 함께하며, 그 성질은 성도(聖道)를 가리지만(유부) 그 자체로 선이나 악은 아닌 '유부무기'입니다.
- 수소생소의 아라한멸정 출세도무유 (隨所生所依 阿羅漢滅定 出世道無有)
- 해석: 태어나는 곳에 따라서 의지하며, 아라한위나 멸진정, 출세간의 도(道)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의미: 삼계의 태어나는 곳을 따라 함께 굴러가지만, 성자의 경지인 아라한이나 깊은 삼매(멸진정), 무루의 지혜가 발현되는 출세간의 경지에서는 이 나에 대한 집착(말나식)이 사라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