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식과 사량식
및 요별경식을 말한다.
첫 번째는 아뢰야식으로서,
이숙식이며, 일체종자식이니라.
謂異熟思量 及了別境識
初阿賴耶識 異熟一切種
[유식학 강의] 내 마음을 움직이는 3가지 지도: 삼능변(三能變)과 아뢰야식
우리는 매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며 살아갑니다. 불교의 깊은 심리학이라 불리는 유식학(唯識學)에서는 우리의 이러한 마음 작용이 고정된 하나의 영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 가지 차원의 '식(識, 의식)'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유식학의 기초를 다진 세친 보살의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 제2송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謂異熟思量 及了別境識 (위이숙사량 급요별경식)
初阿賴耶識 異熟一切種 (초아뢰야식 이숙일체종)
이 짧은 두 구절은 우리 마음의 전체 지도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열쇠입니다. 과연 이 한자에 어떤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마음을 변화시키는 세 가지 힘, 삼능변(三能變)
유식학에서는 마음이 대상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작용을 '삼능변'이라고 부릅니다. 이 삼능변은 깊이에 따라 세 가지 단계로 나뉩니다.
① 이숙식 (異熟識) — 무의식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이숙식은 우리의 가장 깊은 심층 의식인 '제8 아뢰야식'을 의미합니다. '다르게 익어서 나타난다'는 뜻으로, 우리가 과거에 지은 온갖 생각과 행동의 결과물(업)이 무르익어 현재 나의 육체와 삶의 환경이라는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난 것을 뜻합니다.
② 사량식 (思量識) — 쉬지 않는 자아집착, 에고(Ego)
사량식은 '제7 말나식'을 의미합니다. 깊은 무의식(아뢰야식)을 바라보며 그것을 '진정한 나'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마음입니다.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쉼 없이 "내가 최고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며 에고를 만들어내는 근원입니다.
③ 요별경식 (了別境識) — 눈앞의 대상을 분별하는 일상 의식
우리가 눈, 코, 귀, 입, 몸으로 느끼는 다섯 가지 감각(전5식)과 이를 통해 "이것은 예쁜 꽃이다", "저것은 시끄러운 소리다"라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생각(제6 의식)을 합친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뚜렷하게 자각하는 의식의 영역입니다.
2.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 제8 아뢰야식의 세 가지 얼굴
《유식삼십송》에서는 세 가지 능변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첫 번째 아뢰야식(初阿賴耶識)'의 성격을 세 가지 이름으로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첫 번째는 아뢰야식이며, 이숙식이고, 일체종자식이니라."
- 아뢰야식(阿賴耶識 - 저장하는 창고): '아뢰야(Alaya)'는 저장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고 행동한 모든 기억과 업보의 에너지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담아두는 거대한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 이숙식(異熟識 - 과거의 결과): 과거에 심은 행동의 씨앗이 오랜 시간 무르익어 현재의 내 삶과 몸으로 피어난 '결과물'로서의 이름입니다.
- 일체종자식(一切種子識 - 미래의 원인): 이 식 안에는 앞으로 내 정신과 물질 세계를 만들어낼 모든 가능성의 씨앗(종자)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 씨앗들이 인연을 만나 싹을 틔우면 미래의 생각과 행동이 됩니다.
다시 말해 이 근본 의식(제8식)은 그 작용과 성격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① 아뢰야식 (阿賴耶識, 자상 自相)
- 뜻: '아뢰야(Alaya)'는 '저장(藏)'을 의미합니다.
- 역할: 우리가 몸과 입, 생각으로 지은 모든 행동의 결과(업의 씨앗)를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담아두는 거대한 창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뢰야식(또는 장식, 藏識)'이라고 부릅니다.
② 이숙식 (異熟識, 과상 果相)
- 뜻: "다르게 익어서 나타난 결과물"이라는 뜻입니다.
- 역할: 과거에 심은 선하거나 악한 행동의 씨앗(원인)들이 무르익어, 그 성질과는 다른(무기, 無記 - 선도 악도 아닌 중립적인 상태) 하나의 '생명체와 환경'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 것입니다. 즉, 우리가 지금 받고 있는 육체와 삶의 환경이라는 '업보의 결과물'로서의 이름입니다.
③ 일체종자식 (一切種子識, 인상 因相)
- 뜻: "모든 것의 씨앗(종자)을 품고 있는 식"이라는 뜻입니다.
- 역할: 이 식 안에는 앞으로 우리의 정신적·물질적 현상을 만들어낼 온갖 '씨앗(종자)'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이 씨앗들이 인연을 만나 싹을 틔우면 눈 앞의 현실(우주와 만물,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됩니다. 즉, 만물을 만들어내는 '원인'으로서의 이름입니다.
글을 마치며: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법
유식학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의 고통과 행복(이숙식)은 과거에 내가 심어둔 마음에 기인한 것이며, 내 손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씨앗(일체종자식) 역시 지금 이 순간 내 무의식 속에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매 순간 선한 생각을 품고 좋은 행동을 저장한다면, 우리의 아뢰야식 창고는 더 밝고 긍정적인 씨앗들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 창고에 어떤 씨앗을 심고 계시나요?